※본 리뷰는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주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줄거리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게 태어난다고 주장하는 성선설이 있다.
본래 본성이 선하지만 여러 경험이 쌓여서 범죄를 저지르고 주변 환경에 의해서 타락해 진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에서 인간은 가장 추악해질까?
사실 인간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 특히 전인류적인 재앙을 맞이할 때 인간들은 살아님기 위한 생존본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때 인간들은 그저 본능에 의해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수처럼 난폭해지거나 극단적으로 잔인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해서 많은 재난영화들이 탄생하였고 좀비물도 그 일환으로 탄생하였다. 좀비물을 포함한 재난영화들은 인류 혹은 주인공들이 맞이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등장 인문들의 고뇌를 테마로 삼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연재해가 덮치는 재난영화보다 좀비 혹은 인간의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 나오는 영화가 표현이 더 극단적인데 이러한 영화는 몇가지 공통점을 갖으며 이를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주인공 그룹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동료를 구하거나 버려야할 상황을 맞이한다.
선택의 상황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약자들이 등장한다.
이기적인 인간상을 드러낸다.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좋아하는 좀비물인 「28일 후」 에서 초반부에 도망가는 남편은 대표적으로 이기적인 인물의 모습인데, 가족들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집과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자기 목숨만 살고자 했던 그는 결국 후에 좀비가 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재난영화에서 자기 목숨만 살고자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등장인물들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게 정석이다. 이는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나쁜 결과에 처해진다는 권선징악적 주제를 내포하면서 나름의 삶의 정설을 포함시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오늘 본 영화 「캐리어스」는 조금은 신선하게 테마들을 표현했다.
영화의 설정은 다음과 같다.
인류의 대부분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죽었다.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된다.
감염이 되면 몸에 멍이 생기며 독감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피를 쏟기도 하며 치사율이 100%에 육박한다.
(유추한 내용) 표백제 같이 강한 소독제로 살균을 하게 되면 감염되지는 않는다.
첫 장면에서 세상은 뒤집힌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예일대 입학을 앞둿던 대니, 그의 형이면서 전직군인(?)인 브라이언, 브라이언의 여자친구 바비, 대니가 좋아하는 여자사람친구 케이트, 4명이다.
이들은 대니와 브라이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느 해변의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큰 도로도 피하고 샛길로만 다닐 정도로 감염자들을 만날 상황을 극단적으로 차단했는데
차가 고장나면서 초반부에 그들의 차를 탈취하려 했던 프랭크와 그의 딸을 새로운 혈청이 개발중인 지역으로 데려다 준다는 조건 하에 그의 차를 인계받는다. 프랭크의 딸은 감염된 상태라서 브라이언은 호시탐탐 프랭크와 그의 딸을 버리고 갈 생각만 한다. 왜냐하면 처음 차를 타고 있던 4명은 그들만의 생존 룰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이 달고 사는 말로써,
감연된 자는 죽은 자다.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가족도, 연인도 감염되면 죽은 자일 뿐이다.
감연된 사람들을 극도로 꺼리는 브라이언은 감염자와 한 차에 있게 되자굉장히 신경질적으로 군다.
하지만 동생과 연인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 룰과 어긋나는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는 브라이언의 행동이 비록 가족이 아닌 남들에게는 이기적으로 비칠지언정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혈청이 있는 도시에 도착하지만 혈청은 단지 감염을 늦출 뿐이고 치사율을 낮춰주진 않는다. 프랭크는 상황을 알게 된 브라이언이 떠날까봐 자꾸만 급하다는 딸보고 화장실에 혼자 다녀오라고 하지만 쓰러지는 딸을 안고 함께 화장실에 가게 된다. 자꾸 브라이언의 눈치를 보는 프랭크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을 가진 부모의 모습은 어느 상황에서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딸이지만 바로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아버지가 차를 가져가버릴게 확실한 남을 뒤로 하고 자식을 챙기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시에 인간미 없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면서 브라이언도 동생이라는 가족을 위해 저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와 딸도 하나의 가족이고 브라이언과 대니도 하나의 가족인데 누구의 편을 들어야 옳은건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한다. 영화는 이렇게 답을 선뜻 낼 수 없는 장면들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인간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부각시킨다.
다시 해변으로 향하던 중 들린 버려진 골프리조트는 알고 보니 이미 점거한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그들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감염자들과 접촉을 피하고 자원을 수급함으로써 생존을 유지해왔기에 브라이언 일행의 침입을 극도로 경계한다. 결국 브라이언 일행을 쫓아내려 하면서 여자들은 두고 가라고 한다. 리조트 세력 사이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로 내분이 일어나고 과거 그들의 상사였던 인물은 여자들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그를 제외한 세력들이 반발하면서 여자들한테 옷을 벗으라고 명령한다. 이 때 바비가 프랭크의 딸로부터 감염된 상태가 드러나고 브라이언 일행은 그대로 쫓겨난다.
극한 상황에서 순간의 이익만을 좇는 인간상은 여느 재난영화에서 등장한다. 특히 여성들보다 힘이 강한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그들이 가진 힘을 남용하는 경우가 빈번히 보인다. 일반적으로 도덕과 규범이라는 사회적인 규칙에 의해 남성들의 육체적 힘의 행사가 제어되고 있었지만 그러한 규칙이 무너지고 나면 사회는 말그대로 Chaos 혼란상태로 빠진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영화에서 제시되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인간들의 군상처럼 선하게 태어난 본성이 아니라 본래 악한 본성이 사회적 규칙에 의해 제지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왜 사람들은 규범이 무너지는 순간 육체적이고 본능적으로만 행동하게 되는걸까?
인간의 역사가 다윈의 진화론에서 이어졌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를 거친 인간들 역시 잣대가 없는 세상에서는 그저 말하는 동물에 불과해져버리고 만다. 실제 상황에서 이토록 잔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브라이언 역시 이기적이고 육체적 쾌락을 좇는 인물로 표현되었다. 반면 그의 동생인 대니는 형과는 반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기독교 교리로 대표되는 사회적 잣대를 언급하면서 여전히 규범 속의 인간처럼 행동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대니도 알고 보면 사람들에게서 물건을 빼앗고 냉정해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형의 행동을 묵인하면서 정작 본인 손은 더럽히지 않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대니는 영화가 후반부로 치닿을수록 브라이언과 비슷해지면서 결국 형이 감염되자 형을 쏘기에 이른다. 대니 역시 브라이언처럼 자신의 생명만 지키면 되는 동물과 같은 인간상으로 추락한 것일까?
디스토피아(Dystopia) : 역 유토피아적 세상, 가장 암울하고 부정적인 세상의 모습을 그려낸 곳.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화 첫 시작 때 나온 형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결국 대니는 해변가에 여자친구와 함께 도착했지만 그토록 서로 아끼고 좋아했던 형제끼리 도착하지는 못했다. 형제를 버리고, 연인을 버려서 도착한 끝에 남은건 무덤덤해진 마음 뿐이다.
바이러스가 주된 소재로 등장하면서도 좀비와 같이 자극적인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으면서 극단적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잔인해져만 가는 인간상을 각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디테일하게 잘 풀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는내내 내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데,
내 연인이 감염된다면..?
재난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리지 않는 인간이 될 것인지,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한 본능을 중시 여기는 인간이 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 될 것이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들끼리 비난한다해도 결론은 나지 않겠지만 우선시 되야 할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영화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버리고 기름을 탈취하기 위해 사람마저 죽이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담은 장면..
사회는 비극속에 빠져 있는데 주변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대비가 너무도 극명해서 개개인이 아무리 힘들도 힘들어도 그저 무덤덤하게 돌아가는 삶의 괴리를 보여주는 듯 했다.
연인 바비를 버리고 가는 길에, 브라이언이 뱉는 한 마디가 떠오른다. (영화가 시작할 때 바비와 장난치면서 뱉던 대사와 동일하다.)
Warm beer. Tastes like piss.
이미 식어서 맛없게 되어 버린 맥주처럼 중요한게 빠져버린 삶이 과연 맛잇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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