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이라는 정보의 홍수를 넘어선 정보의 폭포수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직업의 전문성을 더욱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제품 리뷰, 영화 리뷰, 논문 정보까지 검색창에 찾고자 하는 검색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1,000건, 10,000건 이상의 정보가 쏟아진다. 이렇게 간편하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접하기 어려운 정보에 대한 가치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날 것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한 번이라도 가공을 거쳐 제3자에게 유용한 정보, 본인의 경험담을 녹여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같이 누구나 접할 수 없는 정보의 힘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보들은 정보로써의 값어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영상촬영 전문 지식 vs 단순사진 편집 지식 -- 어느 것이 더 가치가 높을까?


단편적인 예로 단순히 사진을 편집하는 포토샵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미 평균적인 수준으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하기 어려운 어도비 프리미어나 에프터이펙트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각주:1]. 이는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적나라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영상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의 공급이 포토샵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공급보다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동일한 수요가 있다는 가정하에서 그들의 지식의 가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누구나 할 수 있거나 단순한 작업은 수요에 비해 가격이 낮거나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가지지 못한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이나 누구나 알기 쉬운 분야이더라도 본인만의 독특한 방식이나 표현이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된다. 그렇게 자신만의 유일한 능력, 지식을 갖추었을 때 그만한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수요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공급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접근하기 쉬운 정보, 활용하기 쉬운 툴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특별한 경우므로 예외로 두려고 한다.)


필자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특히 전문성 없는 문돌이...) 어떤 능력과 전문성이 나를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진 무리에서 더욱 눈에 띄게 만들어줄지 너무나도 고민이 많다. 물론 이 책, [프리워커로 사는 법] 을 읽는다고 이러한 고민에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삶의 목표를 세울지에 대해 나름 좁혀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홀로 일하는 것을 꿈꾸는가?


일단 프리랜서는 중세에 돈을 받고 일하던 떠돌이 기사계급을 Free-Lancer라 칭했고 이들은 국가, 군주,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히 대가를 더 많이 주는 계약자와 일을 했다. 당시는 병사 대 병사의 전쟁이 잦았고 용병들은 나름의 전투기술을 갖춘 베테랑들이었으니 일반 병사보다 비싼 값을 받고 움직였던 것이다. 지금도 프리랜서들은 대게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화가와 같이 그 분야가 전문적인 인력들을 대표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경영컨설팅, 강사, 과외 등을 통해 프리랜서 활동을 하지만 '프리랜서'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들은 주로 앞서 언급한 특별한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들이다. 프리랜서로써 이들은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계약을 맺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들은 물리거나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취급함으로써 계약의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활동하고 그들만의 무기를 활용하는 현대의 Free-lancer이다. 


그렇다면 프리워커(Free-Worker)란 무엇일까?

프리랜서(Free-lancer)처럼 1인기업, 1인노동자가 되어 카페에서 집에서, 원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과연 문자 그대로 자유로운 노동자의 모습일까?

[프리워커로 사는 법]에서 제시하는 개념인 프리워커는 단순히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사나 업무공간에 얽매이지 않은 채 제 재능을 발휘하거나 지식을 파는 것만이 프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장에 얽매여있어도 프리워커일 수 있다. 단, 어떻게? 라는 부가 질문이 필요하다. 


'프리워커(Free-Worker)'란 장소와 주변 환경에 얽매이지 않아도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


즉, 자유계약자인 프리랜서(Free-lancer)보다 넓은 개념인 것이다. 프리워커프리랜서 일 때, 프리워커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지만 굳이 소속되더라도 그들만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면 프리워커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리워커라는 개념은 책에서 나온 개념이고 실제로 널리 활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가령 회사에 소속되어있더라도 회사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들만의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부서에서 제품홍보를 담당하는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업무가 끝나고 개인의 시간에 유튜브에서 크레에이터로 활동하여 본인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프리워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리워커라는 용어의 전제에는 회사를 벗어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을 챙길 수 있는 이들에 한 할 것이지만 설령 금전적인 보상이 없을지라도 바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할 수 있는 이들도 프리워커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프리워커가 가치를 창출한다고 한다는 것이 당장에 어떤 말인지 와닿지 않았다. 특히 필자처럼 대학에 입학해 문과에서 뚜렷히 내세울만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소위 말해 어중떠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문돌이들은 (물론 이과라고 다 전문성이 있진 않다.) 프로그래머나 기술직만이 프리워커든 프리랜서든 할 수 있는거 아니냐! 라고 물을 수 있다. (나 역시...'그놈의 프리랜서는 아무나 하나...취직도 어려운데 무슨...'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바도 그런 전문가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직장에서 바로 뛰쳐나와 그런 공부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본인만의 색을 입히고 본인만의 방법으로 가공해서 가치있게 소비될 수 있는 그런 정보나 재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느 것이다. 


가령 필자는 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했었다. 그저 6개월동안 인턴으로 일했지만(물론 작은 스타트업인지라 시작은 대표님과 나, 2명이서 시작했다...) 사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 홍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홍보루트를 고민하고, 상품페이지와 영상을 기획했다. 다 처음해보는 일이고 대표님도 처음해보시는 일이었기에 조금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있던 대표님께서 매출이나 판매량에 대해 대략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나면 그 밖에 모든 기획일과 판매를 위한 기획을 했다.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을 했기에 모르는 것은 관련 관공서에 전화해보고 견적을 내기 위해 업체들에 수많은 콜드콜을 걸기도 했고 심지어 못하는 포토샵으로 상품페이지도 만들어봤다(물론 상품페이지는 저질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인턴직에 불과했지만 마케팅이라는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제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대표님의 덕이 컸지만) 회사의 매출은 2명이서 1억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인턴직을 마치고 나니, 홀로 제품 선택, 홍보, 물류, 판매의 모든 사이클을 담당할 수 있었고 페이지를 기획해서 간간히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렇듯 직장을 나와서 홀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거나 설령 이직을 하더라도 해당 직장에서의 경험을 유익한 지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프리워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프리워커란 대단히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고 대기업의 정직원이라면 그리고 공무원이라면 특히 안정된 소득을 통해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쳇바퀴같은 업무의 굴레가 지겨워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 상사로부터 받는 지시와 업무에 질렸다면? 요즘 많은 자기계발서, 경영서에서 퇴직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와 같은 내용의 서적들이 발간되고 있다. 즉 어디에 매여 있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욕구가 있고(물론 아닌 사람도 많다.)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이들이 회사를 나와서(퇴직을 하거나) 아니면 회사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밥벌이를 하려면 최소한 남들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하고 무엇을 하며 100세 시대를 살아갈지 고민한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근무할 때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그럴 겨를이 없어서 맨 몸으로 사회로 되돌려진다. 이렇게 되면 퇴직금을 털어 판매지식도 없이 치킨집을 하다가 국내 자영업자의 평균 도산확률만 높이게 되는 꼴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생각없이 치킨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생계유지를 위해 하는 경우도 다분하지만 그렇게 계획없이 시작한 자영업의 말로는 열에 아홉은 좋지 않을 뿐이다.) 최소한 사회로 되돌려지기 전에, 스스로가 퇴직을 결심하고 있을 경우, 아니면 회사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순간 자신이 처할 환경이 불안하다면 스스로의 몸값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프리워커가 될 수 있는 것이다[각주:2]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렇다고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하지만 막상 하고싶은 게 많다는 이유로 발만 담궜다가 빼버린 분야들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딱히 맛만 보고 '어라 이거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 하고 홱 하고 돌아버린 것이다. 지금은 제너럴리스트 보다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시대이다.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신만이 특화된 하나의 분야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기업에서 말하는 'π(파이)형 인재'가 되야 스스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분야에 전문적이고 2~3가지 분야에 두루 걸쳐 이해하고 있어서 해당 지식들을 융합해 본인만의 컨텐츠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치로 창출해낼 수 있다면 프리워커로써 기본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그 가치의 모습이 영상이든, 가공된 지식이든 이것은 중요치 않다. 단지 수요자가 이롭다고 여겨지는 무엇인가면 됀다. 


다만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딘지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목표도 정하지 못했다. 여태껏 해온 일들은 경험이라고 생각되지 전문화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전공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전공 이름만 보고 학교에 온 폐해...). 하지만 최소한 목표로 하는 분야가 있다면 충분한 노력을 통해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것은 알겠다. 천천히 여태까지 해온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가며 목표를 구체화시켜봐야겠다(졸업하기 전에...). 그렇게 해서 목표라도 세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새삼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들던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느낌은 있지만 특별히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냥 어중떠중한 느낌. 


무엇을 해야 책에 나온 이들처럼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분야에서 몰두할 수 있을지 고민이 늘어난다. 


언젠가는 이렇게 뛰쳐나가기를 꿈꾼다



  1. 전문가 수준으로 포토샵을 다루는 사람들은 당연히 제외다...웹디자인을 포함해 상당히 포화 상태인 디자인산업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예시일 뿐. [본문으로]
  2. 그렇다고 본인이 프리워커라는 것은 아니다...단지 회사에서 겪은 경험들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예로 든 것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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