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토크

[SF영화추천] 가타카 - SF영화 탈을 쓴 인생영화

이안강 2018. 5. 12. 03:07

( ※ 본 리뷰는 영화를 보고 주관적으로 느낀 바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일부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가타카(Gattaca)는 SF영화 탈을 썼지만 인생에 대한 영화다. 


젊었을 적에 정말 잘생긴 에단 호크


가타카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라고 칭하고 있는 미래 시대다.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여러가지 질병들을 임신 초기, 심지어는 배아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생을 설계해 버린다. 심장 질환, 유전적 질병, 키, 몸무게, 게다가 정신적 면모인 폭력적 성향까지 전부 조작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소위 신이 내린 아이(Children of God)라고 불리는 부적격자다. 마치 이름만 보면 신에게 간택받은 뛰어난 아이인 줄 알겠지만 전혀 아니다. 빈센트는 유전자 조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태어났다. 즉 지금의 우리처럼 평범하게 태어나 병에도 걸리고 키도 몸무게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바뀌는 그런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세상은 부적격자가 아닌 적격자, 즉 유전자 조작을 받은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다. 유전자 조작을 받지 않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차별을 받는 것이다. 꽤 오래 전에 뉴스를 보는데 이렇게 유전자 조작을 해서 아이를 만들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 듯 하다. 코도 높이고 눈도 크게 키워서 예쁘고 잘생기게 아이를 만들 수 있다던가. 모두가 잘생기고 예쁘고 건강하면 좋을 것 같지만 영화 속의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흑과 백으로 갈라진 세상은 피부색이나 부, 지위로 차별받는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하자가 있냐 없냐로 모든게 갈려 버린다. 지문, 혈액, 홍채, 머리카락. 모든 부위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며 속이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빈센트는 어려서부터 꿈인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었다. 부적격 인자로 분류되어 번번이 면접에 탈락되기 때문인데 동생인 안톤은 전혀 반대다. 동생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월한 신체조건을 타고났다. 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었고 당연히 빈센트와 수영내기를 하면 항상 이기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빈센트는 안톤에게 수영내기를 이기고 이미 정해진 유전자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집을 나간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왜 SF영화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영화인지를 알 수 있다. 빈센트는 우월인자를 가진 사람의 신분을 사서 그 사람 행세를 하며 우주비행사가 돼고 결국 꿈을 이룬다. 


제롬은 휠체어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There is no gene for fate. 

-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란 건 없어.


영화에서는 운명에 굴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빈센트는 너무도 허약한 심장, 작은 키, 눈이 나빠서 가까운 거리에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도 구분을 못할 정도로 유전적으로 타고나지 못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우주에 간다. 반대로 빈센트에게 신분을 빌려준 제롬은 우월한 인자 중에서도 더 특출나게 뛰어난 유전자를 가졌는데 옛날로 따지면 왕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리가 다친 것에 좌절한 채 신분을 팔아 그나마 편하게 생활하려고 한다. 물론 그가 생각한 가장 쉽고 편한 수입원이었겠지만 그 수입원이 다른 사람에게는 금동아줄이었다. 선천적으로 뛰어나지만 역경에 굴해버린 제롬과 선천적으로 열성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빈센트의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빈센트는 가진 게 없어서,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그 간극을 노력이라는 수단으로 메꾼다. 비록 그 수단이 불법적일지라도 단 하나의 목표,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일념만으로 심장이 터지도록 훈련을 받고 갖가지 신분 검사도 통과한다. 단지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정도를 넘어서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똘똘뭉쳐야 가능하다. 이렇게 노력을 할 수 있는 빈센트가 오히려 제롬보다 더 나은 유전적 성질을 가진 건 아닐까? 원래 뛰어나서 부족한 게 하나도 없다면 그 사람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할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불완전한게 아닐까 싶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진짜가 진짜지만 진짜가 진짜만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까지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 목표가 확실해서지 않을까?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거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I never saved the anything for the swim back. 

- 난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 


다시 만난 안톤과 수영내기를 하면서 빈센트가 안톤에게 자기가 왜 자꾸만 이기는지 궁금해하는 안톤에게 내놓은 대답이다. 목표를 정했을 때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게 빈센트가 그 모든 뛰어난 우월인자들 사이에서 최고로 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항상 세기의 천재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인슈타인도 99%의 노력으로 천재가 만들어진다고 했듯이 노력을 이길 수 있는 천재는 없다. 그리고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어떤 우월 유전자보다 더 뛰어난 유전자가 아닐까!


번외로 '가타카'는 영화 상에서 우성 인자 중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우성 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우주비행사 훈련기관이다. 말 그대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만 걸러져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모든 경쟁자를 뚫고 빈센트는 최우수 인원으로 선발되었고 우주로 가게 된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제롬은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점차 빈센트가 노력하는 모습에 적극 거들어준다. 새삼 나도 저렇게 무언가 이루려고 노력한 적이 있나 생각해본다. 맨날 혼자 세운 작은 목표도 쉽사리 잊어버리고 안지키고 하지만 아직은 빈센트처럼 확고하게 원하는게 없어서라고 자위하고 싶다. 꿈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제롬이 빈센트에게 말했듯이 나도 꿈을 빌 수 있었으면 좋겠다. 


I only lent my body. You lent me your dream.

- 난 그저 몸만 빌려줬을 뿐인데 넌 내게 꿈을 빌려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