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추천] 스테이션 7 - 포기하지 않는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들을 그린 실화
( ※ 본 리뷰는 영화를 보고 주관적으로 느낀 바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일부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우주비행사들의 고난과 역경을 그린 우주와 관련된 SF영화들은 평소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98년 작의 「아마겟돈」 같은 미국 영화는 미국의 영웅주의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우주 개척을 선점하려는 소련과의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이던 미국의 애국심을 불태우는 영화의 표본입니다.
반면 오늘 시청한 영화 「스테이션 7」 은 러시아 영화입니다. 평소 러시아 영화를 자주 접해보진 않아서 나오는 호기심에 영화를 틀었지만 정서에 안맞으면 어떻하지 라는 불안감이 섞인 채 플레이한 영화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미국 영웅주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각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까지 알뜰하게 보여준 수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산드라 블록 주연의 SF재난영화인 「그레비티」 제작비의 1/10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 표현력까지...어색하지 않고 깔끔합니다.)
시작부터 영화는 적절한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긴장감 속에서 천사를 보았다는 블라디미르, 과연 그가 본 것은 정말 천사였던 걸까요?
러시아는 고장난 우주정거장을 고치기 위해 한 명의 엔지니어와 또 한명의 은퇴한 우주비행기 조종사를 우주로 올려보냅니다. 이 두명은 각자의 분야에서 단연 최고라고 꼽히는 인물들입니다. (얼마나 조종을 잘하는지 초속으로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에 도킹까저 성공시켜 버리는 주인공...;;)
「스테이션 7」은 고장나서 물로 가득 차버린 우주정거장을 고치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두 인물의 고난과 그 속에서 겪는 감정을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주로 떠나버린 주인공들의 가족들과 이들을 걱정하고 조국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러시아 기지에서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헐리웃 감성에 젖은 미국 영웅주의 영화들보다 좋았던 점은 그 감정선이 우리나라의 것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과장되게 웃기려는 대사도 없고 거짓된 표정과 대사도 없습니다.
2명 다 지구로 귀환하기에는 산소가 부족해서 1명만 돌아오라는 러시아 기지의 무전에 갈등하는 블라디미르.
하지만 그런 블라디미르에게 아내는
'돌아와'
이 한마디만을 말하고 퇴장합니다. 러닝타임 중에서 10분 남짓이나 비치는 그의 아내이지만 그녀가 던지고 간 한마디는 영화를 다 보고난 이 순간까지도 여운이 남습니다.
두 빵 사이를 가득 채우는 두꺼운 패티와 기름진 야채들로 버무려진 햄버거와는 다르게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일까요.
어느 아내가 가족과 자식들을 내팽겨치고 우주로 가버린 가장에게 영영 보지 못할 그 짧은 순간에 전하는 말이 원망하지 않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마디일 수 있을까요?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에 그 말 한마디만 하고 뒤돌아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패닉에 빠져 환청을 듣은 빅토르의 공황상태마저 '쟤 왜저러지?'라는 생각보다 '정말 저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만큼 표현도 과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조국을 위해 2명이 있는 우주정거장을 그냥 격추시켜버리자는 정치가들의 압력도 보여집니다. 미국에게 정거장을 넘겨 첨단 기술을 뺏길 바에는 터트리자는 겁니다. 그리고 2명 중에 1명에게만 귀환명령을 내리는 러시아 정부. 하지만 지구에 있는 정치가들은 어떤 권리로 살고 죽을 사람을 결정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에도 서로 함께 살자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저런 상황에서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진보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의 목적 자체는 러시아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그 속에 많은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는 담백한 영화였습니다.
2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동안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영화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게 생각하면서 흘러가는 SF영화 「스테이션 7」 입니다.
P.S 블라디미르가 우주에서 죽을 수 있는 순간에 보았던 섬광과 같았던 천사의 모습은 포기하지 말고 살아가기 위해 눈앞에 보여진 희망이지 않았을까요?